<주일을 기다리면서>
거룩한 낭비(마가복음 14:1-9)
유월절을 이틀 앞둔 베다니의 밤은 서늘한 긴장감과 대조적인 두 인생의 풍경이 교차하는 거룩한 무대였습니다. 성경은 의도적으로 어두운 밀실에서 예수를 죽일 ‘흉계’를 꾸미는 대제사장들의 탐욕과, 나병환자 시몬의 집 식탁에서 피어난 한 여인의 순결한 헌신을 나란히 배치합니다. 종교라는 거죽을 쓴 자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모의하며 신중을 기했으나, 그 중심은 가장 추악한 악취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반면, 이름 없는 한 여인은 자신의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온 향유 옥합을 가슴에 품고 주님 곁으로 조용히 다가서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누군가를 짓밟아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이 여인은 오직 주님을 향한 맹렬한 사랑 하나로 자신의 전부를 내던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정적이 흐르던 식사 자리에서 ‘팍’ 하고 옥합의 목이 부서지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돌 항아리가 깨지는 소리가 아니라, 여인의 고달픈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철저한 계산의 논리가 한순간에 박살 나는 영적인 선포였습니다. 그녀가 쏟아낸 ‘순전한 나드’는 노동자의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삼백 데나리온이라는 가치를 지닌 사치품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모아야 만질 수 있는 전 재산이었을 그 옥합은 여인의 눈물과 섞여 주님의 머리와 발 위로 아낌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순식간에 진한 향기가 온 집안의 향기로 덮으며 가득 채웠고, 여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주님의 발을 닦아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룩한 낭비’의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비로운 예배를 지켜보던 제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특히 효율과 이익에 밝았던 가룟 유다는 분노하며 이를 ‘허비’라고 몰아세웠습니다. 그는 ‘가난한 자를 돕자’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주님을 향한 사랑의 가치를 숫자로만 치환하는 차가운 계산기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주님은 비난 속에 위축된 여인을 향해 “가만두라,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며 따뜻하게 변호하셨습니다. 주님은 옥합의 가격표를 보신 것이 아니라, 부정한 자신을 조건 없이 받아주신 긍휼에 응답하고자 했던 여인의 ‘전부’를 먼저 받으셨던 것입니다. 이 무모한 사랑은 결국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주님의 장례를 미리 예비하는 가장 영광스러운 복음의 징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신비로운 역설을 목도합니다. 높아짐 이전에 낮아짐이 있고, 영광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난의 옥합을 먼저 깨뜨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당신의 몸이라는 옥합을 골고다 언덕에서 기꺼이 깨뜨리신 하나님의 위대한 낭비가 이미 우리를 덮었습니다. 그 사랑 덕분에 우리가 생명을 얻었음을 믿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주님 앞에서 적당한 선을 긋는 계산적인 신앙인으로 머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저 없이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길을 예비할 때 우리의 삶은 영원히 기억되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또한 주님을 향한 그 거룩한 낭비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며, 우리의 삶이 주님께 드려지는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거룩한 낭비 - 최승도 목사>
https://www.youtube.com/shorts/sFzXot9MiIc
새성남교회 담임목사 최승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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